Tibet #051
티베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저물었다. 그러나 두통 때문에 새벽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다행히 약을 먹지 않고도 견딜 만은 했지만 이후 선잠을 자야 했다. 더욱이 잠이 들 만하면 숨이 차서 심호흡을 하게 되는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었다. 산소 부족이 이유였다. 결국 아스피린 두 알을 먹고 누웠으나 다시 잠드는 일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에바와 주태 형도 이미 고산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태 형은 심한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있었고 에바는 벌써 구토까지 한 상태였다. 나와 증세는 달라도 모두 고산병 때문이었다.
그래도 새벽잠을 설친 덕분에 에베레스트와 수많은 별들을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온전히 지켜볼 수 있었다. 숙소의 창문이 워낙 넓어서 침대에 누워서도 달빛에 빛나는 에베레스트의 삼각뿔과, 꿈처럼 빛나는 별들을 고스란히 방안으로 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부로 잠자리에 들기 전 창문의 커튼을 제켜두었었다.
티베트 여행 에세이 [열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