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박남준
나 오래 침엽의 숲에 있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감각을 곤두세운 숲의 긴장이 비명을 지르며 전해 오고는 했지.
욕망이 다한 폐허를 택해 숲의 입구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던 시절을 생각한다.
한때 나의 유년을 배상했던 새는 아직 멀리 묻어둘 수 없어서 가슴 어디께의 빈 무덤으로 잊지 않았는데
숲을 헤매는 동안 지상의 슬픈 언어들과 함께 잔인한 비밀은 늘어만 갔지.
우울한 시간이 일상을 차지했고 빛으로 나아갔던 옛날을 스스로 가두었으므로 이끼들은,
숨어 살아가는 것이라 여겼다.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포자의 눈물 같은 습막을 두르고 숲의 어둠을 떠다니고 있다.
남이섬 메타세콰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