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공인한 대한국인, 청년 백기완 세월은 흘렀다 다시 강산에 폭풍이 몰아치고 이름있는 주소마다 자갈이 물렸다 더러는 먼저 가고 더러는 물러서서 바람이 차면 여울지던 곳 포구의 눈물이라는 늙다구리집 술값은 통일된 후에 준다 하고 한없이 굽이치는 이의 짓이란 마냥 그 모양이니 그러자 하고 이야기가 쭈삣하면 슬며시 덧문을 닫아주던 그늘진 그 얼굴 그후 그 집은 망했다고 술꾼들은 발이 빠졌다 하고 이 찬란한 파국을 미리 울던 그 여인이 좋았다 그래도 눈물은 분분했다 가파른 현장에선 독재와 싸우는 이들의 남모를 예지가 불을 뿜는데 한 번 스친 밤의 꽃을 못 잊어 소년원까지 찾아가서 꽃다발을 잔뜩 안고 서서 울던 그 친구를 생각했다 바로 거기서 정서적 방랑이냐 이지적 결단이냐 꼬리가 꼬리를 잇는 말수를 냉정히 자르고 떠나간 그 사람 오오,그 확확 뚫던 억센 주먹이여 이제는 모두 다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흰머리가 치마폭처럼 휘날리는 상기까지 삼십촉 희미한 등불에 젖어 바시락대는 쌩쥐소리에 거대한 역사의 목소리 일러 듣는 듯 그렇다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구르는 마룻바닥에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백기완 젊은 날에서 서울시청앞 파병반대 반전집회장에서
벽돌공
2003-11-24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