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공인한 대한국인, 청년 백기완
세월은 흘렀다
다시 강산에 폭풍이 몰아치고
이름있는 주소마다 자갈이 물렸다
더러는 먼저 가고 더러는 물러서서
바람이 차면 여울지던 곳
포구의 눈물이라는
늙다구리집
술값은 통일된 후에 준다 하고
한없이 굽이치는 이의 짓이란
마냥 그 모양이니 그러자 하고
이야기가 쭈삣하면
슬며시 덧문을 닫아주던
그늘진 그 얼굴
그후
그 집은 망했다고
술꾼들은 발이 빠졌다 하고
이 찬란한 파국을 미리 울던
그 여인이 좋았다
그래도 눈물은 분분했다
가파른 현장에선 독재와 싸우는 이들의 남모를
예지가 불을 뿜는데
한 번 스친 밤의 꽃을 못 잊어
소년원까지 찾아가서
꽃다발을 잔뜩 안고
서서 울던 그 친구를 생각했다
바로 거기서
정서적 방랑이냐
이지적 결단이냐
꼬리가 꼬리를 잇는 말수를
냉정히 자르고 떠나간 그 사람
오오,그 확확 뚫던 억센 주먹이여
이제는 모두 다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흰머리가 치마폭처럼 휘날리는 상기까지
삼십촉 희미한 등불에 젖어
바시락대는 쌩쥐소리에
거대한 역사의 목소리 일러 듣는 듯
그렇다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구르는 마룻바닥에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백기완 젊은 날에서
서울시청앞 파병반대 반전집회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