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하늘 가는 길 바람마저 얼어붙어 있었다. 마을도 강물도 사람도 산도,,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었다. 해발 4200미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라 자칭하는 이들의 마을 리탕. 사라진 제국 캄의 사람들 칭짱철도가 놓여버린 라싸, 그리고 그 잃어버린 티벳탄들의 문화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곳 차마고도의 흔적을 따라 쿤밍에서부터 두달동안 천천히 올려놓은 고소적응증세는 바람마저 얼어붙은 이곳에서는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 지난밤 열병과도 같은 고소증세로 숨조차 쉬기 힘들었던 긴긴밤을 겨우 달래어 보내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찾아간 그곳에 하늘 가는 길이 있었다. 세상 가장 욕심없는 사람들의 땅 세상 가장 살아있는 눈빛들의 얼어붙은 땅 한평생을 마니체를 돌리고 코라를 돌며 오체투지로 라싸를 꿈꾸는 사람들 세상 만물들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착한 사람들 세상 마지막 가는 길조차 모든것들을 세상에 놓아두고 가는 사람들 이곳은 그 티벳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육신의 모든것들을 세상에 돌려주고 하늘로 가는 곳이다. 어느 가난한 삶이었을법 싶은 식어버린 육신은 저 언덕에 차디차게 누워있고 언덕 아래에 망자의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같이간 파란눈의 친구들과 그럴싸하게 차려입은 이방인들을 쳐다보는 눈빛이 한껏 날카롭다 느낀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같은 불을 쬐며 앉아서 당신에게 행운을..'따시뗄레'하고 인사를 나누자 세상 그렇게 순할 수 없는 표정으로 인사하며 화답해온다. 우리네 장례식과는 틀리게 이네들은 슬픔이란 찾아볼수가 없다. 평생 기도와 염원으로 점철된 삶을 끝내고 다음 생을 향해서 떠나감에 이다지도 웃을수 있는것일까. 티벳사람들은 평생을 세상 만물의 평화와 공존 그리고 행복을 기원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다음생에는 보다 나은 삶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한다. 한참을 또 실없는 동전마술과 가지고 있던 카메라 세대를 모두 이 사람들에게 찍고 놀라고 안겨버리고선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맞은편에서 불을쬐고 있는 붉은 승복을 입은 라마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아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다. 일주일에 세번씩 이곳에서 망자의 살을 칼로 갈라 장기를 꺼내어 독수리들의 먹이로 놓아두고 다시 망자의 뼈들을 새들이 먹기좋게 망치로 두들겨 가루를 내는 업을 행하고 있는 삶이다. 붉은 광기가 깃들어 보이기조차 하는 라마의 모습을 나는 두려워 마주할수가 없다. 한동안 이렇게 앉아들 있더니 이내 저쪽 한모퉁이에서 이 라마가 옷을 벗어 정갈히 놓아두고 하얀색 비닐옷을 걸치기 시작한다. 언덕저편 누워있는 망자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에 우리 이방인들은 다같이 숨을 죽이고 있는데 망자의 친구들은 그리 괘념치 않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사자의 문을 열고 가는 친구가 부럽기라도 한것일까 망자를 덥고 있던 흰 천을 벗겨내니 차디차게 식은 망자의 몸이 눈에서 그리 멀지않게 구별이 된다. 곧이어 라마는 칼을 꺼내어 망자의 몸을 가르기 시작한다. 장기를 꺼내고 있는데 그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2미터는 넘을법한 독수리들이 언덕너머에서 넘어오기를 수십마리다. 이 녀석들도 이제는 다 아는지 라마가 신호를 보내기 전에는 근처에 와서 보기만 할뿐 달려들지는 않는다. 먹기좋게 장기를 꺼내고 팔이며 등이며 허벅지며 칼로 갈라놓자 삽시간에 독수리들이 달려들어 망자를 하늘로 보낼 의식을 도와준다. 그리고 곧이어 몇분 지나지 않아 온몸에 살점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한켠에 놓인 돌 위에 뼈를 놓아두고 망치질을 하기 시작한다. 골짜기를 가득메운 망치질 소리는 가슴에 알 수 없는 소리를 가지고 와서 두드린다. 같이 간 친구들은 한걸음 물러서서 숨을 죽이고 있고,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싶은 욕심아닌 열망에 언덕 바로 아래까지 다가간다. 그때였다. 이곳에 오니 캄파들의 말이 그 삶이 이해가 가는 광경이 보였다. 동네에는 물도 나오지 않아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 언덕 저 망자가 있는 곳과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두줄기 가느다란 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이승을 가까이 둔 냇물은 얼어붙어 보이지 않게 얼음 밑에서 흘러가는데 망자가 누워 있는 곳에 가까운 조그만 냇물은 푸른 풀밭을 가로지르며 아주 예쁘장한 모습으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순간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사람들의 삶이 이해가 되었다. 나에겐 이곳이 이승이고 저곳이 저승이라 이쪽으로 얼어붙지 않은 맑은물이 흘러야 정상이건만.. 티벳사람들에겐 다음 생을 위한 저곳이 살아 있는 땅이었으리라 이해할수 없는 두 줄기 냇물이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생과 사를 구분지으며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저 살아 흐르는 물가에 누운 망자는 세상에 가지고 왔던 모든것들을 육신마저 하늘에 바치고 다음 생을 향해서 떠나간다. 그렇게 이곳은 움직이지 않고 저 다음 세상을 향해 푸른 냇물 맑은 물 한모금 채우고 다음생으로 걸어가는 것이리라 그렇게 하늘 가는 길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덤:사진이 목적이 되는 여행이 되면 안되지만 순간 이 장면을 담고 싶은 못난 욕심에 카메라를 꺼내었다가 칼을 맞을뻔 하였다.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서야 떠도는 여행자들은 친구가 아닌 한낱 이방인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왜 잊고 있었던 것일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세대의 짚차에 망자와 열에 가까운 라마승을 데리고 또 다른 하늘길이 열렸다. 물론 존재하는 것이리라.. 하늘 가는 길에도 빈부 그리고 사회적인 위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힌디들의 화장터에서도 느끼고 이곳에서도 또 느낀다. 허나 누군가 망자 둘을 세워놓고 물어본다면 누가 더 행복한 마지막일런지.. 새벽녘부터 십여명의 친구들이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며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앉아 손을 흔들어준 가난한 망자와 바쁘게 달려와 라마승들의 천도제를 받으며 잠시 그렇게 세상 마지막 육신을 버리고 떠난 또다른 망자.. 세상은 이렇게 또 하나의 물음을 내게 던져준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그 계곡에 울려퍼지던 망치 소리와 독수리들의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Litang @Kham
로빙화
2008-01-1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