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사진 0613. [..] 오늘 영화 찍었어요. 짧은 영화에서 더욱 짧았던 내 장면은 내내 기다리는 배우들의 무료함속에서 모로 누웠다가 설핏 잠이 든 채로 빗소리를 듣다가 후딱 시작되어 후루룩 끝났어요. 정말로 엄청난 장면들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내내 스텝들은 정말로 열심히 고생을 했는데 점심 먹기직전부터 빗줄기가 굵어졌어요. 다들 열심히 고민하는데 배우들은 기다리기가 힘겨웁고, 그 기다리는 시간의 백만분의 일만큼 우리들의 장면들은 후딱후딱 지나갔어요. 영화라는 작업은... 약속 잘 안지키는 꼬마애가 되는 일입니다.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우리 집 개는 나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그만 ... 자살하고 싶어졌을 거예요. 불쌍한 척!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는 어쩌면...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런 생각말예요. 이 모든 지루함을 지우는 방법은 정말로 지루함을 죽이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사라지는 일입니다. 후딱후딱 사라지는 일입니다.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던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한번 더 해보고 싶었는데 다들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그냥 돌아섰습니다. 지금생각하니까 후회가 되는군요. 나는 왜 항상 최선의 근처에 까지 갔다가 고개를 숙이게 될까요? 우울한 편지는 아닙니다. 그냥 메모입니다. . 지난 6월부터 사용하던 프로필 사진을 바꾸기위해 올려봅니다. 작품 사진 아닙니다.
절망적 맥주
2003-11-2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