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니 첫눈이었다. 그날따라 그녀가 생각이나 전화를 하려 했었지만 왠지 내 전화를 받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만두었다. 괜히 굼뜨게 움직이면서도 마음은 급해, 가방안에 빼먹은 것은 없는가 두세번을 다시 열었다 닫았다. 필름. 카메라, 담배, 라이터, 껌, 그리고... 노래랑 공책. 일단 내 시간을 채워줄 것들은 담아 얼른 집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동안 눈이 더 올줄 알았건만 눈은 그다지 오지 않았다. 교회다녀와서 바로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에 겨울의 찬바람이 싸대기를 후려치듯 심하게 마음에 꽂혔다. 기차안에서 있는 시간이 가장 따뜻하다. 내가 대중교통에서만 잠이 드는 것은 그때문일까. 지하철은 시끄럽고 버스는 이동기간이 짧다. 시끄럽기도 하고. 그렇게 도착한 중앙공원을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신발 밑바닥, 뒷꿈치 쪽에 구멍이 났는지 신발안이 물바다가 되었다. 신발을 사러 갈까 하다가. 이 젖은 발로 어떻게 신발을 고르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시간의 걸음. 세시간의 생각. 세시간의 고요. 올 겨울 첫 눈이란 테마와 새하얀 중앙공원의 배경은 참 잘 맞는 것 같다. 꾸역꾸역 사람들이 바퀴벌레처럼 많았다. 방금 알을 까놓은것처럼. 일부러 사람이 없는곳을 찾았다. 지금 내 맘은 그렇게 표현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눈이 소복히 쌓인 빈 의자, 쓰레기통, 호수, 나무, 꽃, 낙엽. 아무래도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단 생각이었다. 오늘 이렇게 있다가 저 차가운 얼음호수로 들어가고 싶어할까봐. 피식, 얼음은 얼어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내게 실소를 준다.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따뜻한 커피가 필요하단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겨울엔 보온병이 필요하다. Central Park, NY Rolleiflex 2.8F BW400CN
Mystique
2007-12-21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