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한 시골마을에서 마주친 김장하는 풍경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매년 이 맘 때쯤이면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함께 김장을 담는다고 하시더군요.
마을사람들 먹을게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한 어린이 복지시설에 보내줄 김장이라고 합니다.
그리 넉넉지 않은 시골 살림이지만,
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이지만,
부모도 없는 어린 것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데 보탬이 된다 생각하면
열 일 제쳐놓고 달려들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마을 어르신들 말씀을 들으며
나눔은 가진 게 많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농촌 고령화 때문에 올해 쉰 한 살인 자신이 이 마을 막내라며
힘든 일은 혼자 도맡아 하시던,
그러면서도 내내 웃음 지으시던 어르신을 비롯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김장을 담그시던 어르신들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