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을 위한 야식 특선 일이 끝나 집에 들어가면 두 시쯤. 피곤함은 둘째 치고 감당할 수 없는 허기가 주방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만든다. 찬흠이가 먹다 남긴 치킨 부스러기와 일린이가 숟가락으로 곱게 파먹은 대봉감의 껍데기가 씽크대에서 내게 살뜰한(?) 인사를 전한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오늘도 이런 몰골로 뵙게 돼서 죄송하네요. 그치만 어떡해요? 그냥 먹성 좋은 소공자, 소공녀 님을 두신 주인님의 팔자려니 생각하세요." 갑자기 방광 깊은 곳에서부터 상처받은 가부장의 자존심이 꾸역꾸역 밀려 올라온다. 땃땃한 아랫목에 밥주발 묻어 놓고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가부장을 위해 정갈한 상차림을 잊지 않던 그네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내가 뭐, 개명한 21세기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호사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밥벌이에 지친 가부장의 위장을 달래줄 라면 한 개와 공기밥 한 사발은 남겨 놓아야 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더냐!
자투리
2007-12-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