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종이 땡땡땡
스물일곱 그 해 진도에 있을때 학교종이 있었다.
160이 조금 넘은 내 키로 꼿꼿이 서서 종을 칠 수 있는 그 높이.
가끔 그 밑에 서서 종을 만질라치면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묵직한 종이 갑자기 떨어져
제리의 짖궂은 장난에 납작하게 되어버리는 톰을 연상케 했다.
지금은 전자음으로 종소리를 알리는 지라 땡땡 종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가끔 학교 종이 있는 곳에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날엔
서무실(지금은 행정실) 사무보조원이 나와 종을 울리곤 했었다.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친절한 소리.
그 소리에 책상은 들썩거리고, 그 소리를 기다리며 창 밖을 보노라면
한 두 장 넘어가는 책 읽기는 아무 것도 아닌게 된다.
누구나 한 번씩은 학교 종을 쳐봤거나 치고 싶었을거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교회 종을 울리는 종지기의 마음처럼
종이 단순히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하고
칠판에 분필을 쥐고 가르치시는 선생님의 교육정신에 울림을 전하고
진정한 교육을 위한 가치로운 시간에 영원히 댕댕댕 여운을 남기는 것이리라
종을 치기위해 발돋움을 해보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종소리
마치 제대로 된 교육이 의심된다는 듯 찌뿌리고 있는 듯하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몇 안 되는 아이들은 통합학교로 가고
폐교가 된 이 학교엔 흙체험하는 곳이 되고
아이들 소리 종소리는 산 속으로 스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