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May. 12. 2007.
Cheongpyeong. Korea.
Click!!
나는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
나도 모르겠다.
그날은 날씨가 흐렸고 비가 오락가락 왔었고,
하숙집 사람들이랑 청평으로 MT를 갔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문득문득 눈에 들어오는 풍경거리를
필름에 담으며 친구와, 형과, 동생들과 잡담거리를 나누고 있었다.
문득 옆을 돌아봤을때 이 풍경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없이 쭈그려앉아 노출을 대충 잡고 셔터를 눌렀나보다.
웃긴 사진이다.
마땅한 피사체도 없고, 포커스는 그저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낙엽이 있고, 작은 나무들이 있고. 자그마한 돌들이 있다.
그때 내가 봤었던 느낌이 과연 이 사진의 느낌과 비슷할까?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날씨가흐려서 축축한 느낌이 들었고
틈틈히 내려오는 짧은 햇빛이 알 수 없는 반짝임을 주었다.
그 작은 숲은 깊고도,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뿜으며
날 한번 봐달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셔터를 눌러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엔 이 사진은 바보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의미가 깊은 사진이다.
그때의 느낌, 그때의 촉감, 그때 숲이 보내던 눈빛을
두번다시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사진으로나마 2차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것이다.
예전에 박군이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왜 찍냐고 물어본적이 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정확하게는 기억할 수 없지만
대충 같은 사물을 놓고 보는 관점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던것 같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요즘의 나에겐 사진은
예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보여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대상은 추억이 될 수도, 시각이 될 수도, 촉감이 될 수도,
혹은 미각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아련한 그리움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사람사진을 많이 찍는다.
풍경은 그저 풍경이라는 느낌 말고는 담아내기가 힘들다.
내가 사진을 워낙에 못찍어서 그런것도 있는듯 하다.
하지만 사람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 함께 했던 공기, 바람, 햇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