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소주 몇 병을 짊어지고 찾아간 길이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어르신께선 제게 그것을 좋아 하신다 뀌뜸해 주셨거든요
지붕이 낡았다고 여쭈니 그렇치 않아도 내년 여름에 손을 보신다 하시네요.
망설임 없이 도와드리겠다 말씀드렸습니다.
어쩌면 그때가 마지막일지도 모르고, 더불어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틀니'이긴 하지만 아직은 딱딱한 것도 괜찮다 하셨는데, 다음에는 소주대신 말린 명태를 준비해서 뵈야겠습니다.
그다지 붙임성이 없어 그냥 빙빙돌며 몇 컷 찍고는 이제 철수해야지 싶어 짐을 싸려는데 어르신 앞을 막 지나가던 빛이 가는 손님의 발길을 돌려 세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