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도 5 _ 노부부의 웃음 섬마을에 일가친척 없이 단둘이 살아가는 노부부.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병간호와 부양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의 텃밭을 일궈주며 품삯을 벌어오시는 할머니. 안타깝게도 두분은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셨습니다. 어느날 할아버지께서는 눈물을 흘리며 젊은 날 할머니께 지은 죄가 많아 그 벌로 자신이 자식도 두지 못하고 몸도 불구가 되었노라고 후회가 짙게 배인 넋두릴 털어놓으셨습니다. 배꼽밑에 소변줄을 꼽고 빛도 잘 들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하루종일을 보내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바깥나들이를 준비하였습니다.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모시고 먼저 밖으로 나왔습니다. 잠시후... 감색 고운 꽃장식이 달린 모자를 수줍은둣 살포시 쓰고 나오신 할머니. 그 모자를 가지고 계시면서 사는 날동안 몇번이나 머리에 얹어 보셨을까... 실로 오랜만에 시원한 바닷바람과 밝은 햇볕을 온몸에 받자 두분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머금어졌습니다. 이 귀한 웃음을 놓칠세라 급히 앵글에 담던 순간 새하얀 할아버지의 얼굴과 새까맣게 그을린 할머니의 얼굴이 비교되어 들어와 마음이 몹시도 아렸습니다. 이 사진은 작은 액자에 담겨 그댁 방안에 걸려있습니다. 노부부의 남은 여생이 이 사진속 그때처럼 항상 웃음만이 가득한 시간이기를 기원해봅니다.
drawlife
2003-11-16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