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강릉 경포
새들은 사람을 피한다. 멀리서 사람이 오는 듯 하면 호수 한 가운데로 저희들 끼리 어위 어윗 하며 서로를 몰아 깊은 곳으로 헤엄쳐서 가버리곤 한다. 그들은 겨울이 오기 전 여기에 내려 앉았다가 봄이 오기도 전에 또 어디로 가는 것 같았다. 단지 몇 해 동안 보아온 것이라 그것이 옳은 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여기 보다 더 북쪽에 살다가 겨울을 나러 이 곳에 오는 것으로 보여진다. 겨울이 되어 한 참 추위가 몰아칠 때에도 호수 한 가운데는 얼지 않은지가 꽤 되어서 아예 여기서 겨울을 보내리라 작정하고 내려오는가 보다.
강릉에 사는 사람들은 원래 여기에 살던 사람들과, 전쟁으로 인해 고향으로 가지 못한 사람들과 새로 정착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모여 사는 곳 이다. 경포에 오는 새들 처럼 그렇게 모여와서 자리잡고 살고 있는 것 이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그들은 그들이 오래전 살았던 그 곳으로 돌아 갈 지도 모른다. 어쩌면 새들이 겨울을 나기위해 경포에 오듯 잠시 와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의 겨울은 벌써 오십년도 더 지났고 언제 끝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 새들과 사람의 차이인가보다.
어쩌면 새들이 더 자유로운 것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