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나무를 탔지
은사시나무가 춤을 추고 있었어
빛을 업고 춤을 추는 잎들이
바위에 흘러내렸어
아이는 그것을 잡으려고
올라가고 있었어
주르르 주르르
미끄럼을 타듯이
바지춤이 내려갈 때까지
무릎이 깨낄때까지
오르고 또 올랐어
얘야, 거긴 벼랑이야
아이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
바위를 엄마처럼 잡고
오르고 또 오르고만 있었던거야
바람이 등을 쳤어
가끔 새들이 머리를 쪼았지
아이는 돌아볼 수 없었어
오소소 오소소
오소소 오소소
은사시나무는
금빛 햇살에게 부탁을 했어
아이를 나에게 올려줄 수 없겠니
햇살이 아이에게 나무 한 그루를 주었어
아이는 더이상 오르지 않았어
그림자 은사시나무
아이는 시간도 모르고 춤을 추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