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운동장 01 - self-assignment
http://blog.naver.com/jun_michael/20042172782
동대문 운동장을 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무심코 포클(http://www.voigtclub.com) 갤러리에 올라온 사진을 보다가
우연히 누군가 올려놓은 몇장의 사진을 보았을때였다.
텅비고 낡은, 그러나 여전히 그자리에 서있는 야구장의 모습을 보는 순간
중학교때 학교에서 단체로 야구 응원을 갔던 생각이 났다.
신일중학교. 내가 까까머리 유년 시절을 보냈던,
여전히 좋은 추억들과 나쁜 기억들이 공존하는 그 곳.
1997년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당당히 MVP에 올랐던, 그리고 메이져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뛰다가
얼마전 한국으로 돌아와 LG 트윈스 소속이 된 봉중근 선수가 내 1년 선배였다.
무슨 대회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봉중근 선배가
대회 결승전에서 홈런을 쳐서 우리 중학교 야구부가 우승을 한일이 있었다.
근데 보통 일반적으로 홈런하면 떠오르는 쭈욱 뻗어가는 호쾌한 타구가 아니라
방망이에 맞은 공이 뽈뽈뽈~ 하면서 낮고 묵직하게 날아가서 홈런이 되었는데
그 광경이 굉장히 웃기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후배들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교복을 착용했었는데,
포클의 사진을 보니 동대문 야구장에서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응원을 하면서
교복 윗저고리를 던지면서 파도타기 응원을 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실 TV에서 보던 프로야구와는 달리 중학교 야구는 재미도 없었고
억지로 따라간 응원은 지루하기만 했지만 교복을 벗어 던질때면 그 순간만큼은
주체할 수 없는 웃음과 해방감, 행복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곤 했었다.
그랬던 동대문 운동장이 이제는 사라진다니...
뉴스를 통해서, 혹은 신문기사를 통해서 철거 계획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었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사실이 나의 동의 없이,
혹은 동대문 야구장의 추억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의 동의 없이
이미 매듭지어지고 결론지어져 버렸다는 것에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왜...?'
.
.
'그곳을 찾던 사람들의 추억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
.
'그때 야구부를 했던 친구들은 잘 있을까...?'
.
.
오래 묻어두었던 추억을 끄집어내자 많은 질문들과
궁금증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문득 정신이 들어 인터넷을 뒤져 기사를 보니
11월 철거가 예정되어있었고 이미 마지막 봉황대기는 진행중..
시간이 얼마 없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누가 봐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카메라를 집어들고 동대문 운동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