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기억-2 뇌는 우리의 경험들을 완전하게 기록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험은 중요한 실마리로 축소되고 압축되어 간단한 어구나 몇 가지 특징 정도로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기억하고자 할 때, 그 경험을 실제 그대로 복원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재빠르게 재조합한다는 것이다. 전체 사건이 내내 머리 속에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은 그러한 위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추억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두뇌가 지나간 일들을 떠올려서 불쾌한 부분은 기억에서 지우고, 끊임없이 수정해서 아름답게 꾸며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을 정제(淨濟)해서 아름다움을 뽑아내기는 사진 찍기도 마찬가지다. 지저분한 부분은 프레임 밖으로 잘라내고 광학적 원리로 빛을 버무려서 찍어낸 사진 속의 꽃은 마치 기억 속의 꽃을 닮았다.
j,d
2007-10-01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