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과 빛의 그림. 존재의 호수 사람의 숲을 떠나 존재의 호숫가에 앉아 노래를 듣는다 환상이 아닌 이 햇살과 저 물결에는 없는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랑은 여태 그 몸을 갖지 못하고 내 안에 갇혀 있다 그 어떤 사랑이 물안개와 햇살만으로 청청한 대낮에 현신할 수 있을까 네가 없고 사랑이 없고 사랑하는 나조차 없다 환상이 아닌 아름다운 호숫가에 앉아 햇살의 빛에 물안개의 부피에 육신 없는 바램은 말라간다 호수에 바람이 물결을 만들고 그 물결 위에 나무는 몸집만큼 그늘을 만든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 속에서 숨쉬며 없는 것들은 부끄러움으로 사라진다 죽음 넘어서는 사랑에의 상상도 존재의 권세를 이기지 못하고 나는 한 숨만으로도 살아 존재한다.
두레
2003-11-11 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