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과 빛의 그림.
존재의 호수
사람의 숲을 떠나
존재의 호숫가에 앉아
노래를 듣는다 환상이 아닌
이 햇살과 저 물결에는
없는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랑은 여태 그 몸을 갖지 못하고
내 안에 갇혀 있다
그 어떤 사랑이 물안개와 햇살만으로
청청한 대낮에 현신할 수 있을까
네가 없고 사랑이 없고
사랑하는 나조차 없다
환상이 아닌 아름다운 호숫가에 앉아
햇살의 빛에 물안개의 부피에
육신 없는 바램은 말라간다
호수에 바람이 물결을 만들고
그 물결 위에 나무는 몸집만큼
그늘을 만든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 속에서 숨쉬며
없는 것들은 부끄러움으로 사라진다
죽음 넘어서는 사랑에의 상상도
존재의 권세를 이기지 못하고
나는 한 숨만으로도
살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