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세상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청난 일을 마치 자주자주 해왔었던 일인 것처럼 태연하게 수행해 나가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깊은 경외감을 갖는다.
그들은 두려운 존재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 말고도 소심한 실험의 시간을 겪은 이 땅의 어른들은 채 성숙하지 못했던 바로 얼마 전의 기억조차 애써 잊은 채로 태연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에게 언제부터 이렇듯 엄청난 일들을 계획하고 벌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던가.
어른이 되었으므로 부끄럽고 무섭고 힘들고 외로운 많은 일들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가는 살벌한 현실이며 인생의 황혼기에 돌이켜 보아도 일생에 겨우 딱 한번밖에 경험해보지 못하는 생소한 추억일진데 자기가 무슨 대단한 기술자라도 되는 양 익숙하게 둘째를 양육하는 한 여인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