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집시, 두엔데에 빠지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마을에서 만난 집시, 플라멩코의 진수를 보여주다. 플라멩코 예술혼을 '두엔데(Duende)'라 부른다.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흔히 귀기(鬼氣), 신내림 등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 단어는 원래 어원적으로 '본래 주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열정에 빠져들 때, 우리 몸에 깃든 '본래 주인'이 깨어난다는 의미. 일전에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 마을에서 플라멩코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우숭자는 10대나 20대의 아리따운 무용수가 아니라 80대의 할머니였다.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뽑고서 한 코멘트 왈, "우리를 소름 끼치게 한 두엔데 때문에!" 두엔데는 어떤 사적 자아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잠재해 있는 오리지널한 생명력 그 자체랄까. 그것이 폭발할 때, 인간은 개인을 넘어서고, 그의 몸짓은 소위 예술이라는 경지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