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번거리다
소리가 몸을 불렀다
훌떡 뛰어넘으라고
바람 속에 희번득이는 것은 한 마리 백마였다
눈이 마주쳤다
경계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백마였든지 바람이였든지 나였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듯 달리고 또 달렸다
말갈기가 지느러미가 춤을 추었다
물 속으로 날고 있는 네 발의 나는
또 달리고 또 헤엄쳤다
요리조리 협곡을 빠져나가도
가로 막는 것들은 끊임없었고
다행히 아프지 않았다
소리는 그때까지도 몸에 달라붙어있었으나
있는 듯 없었다
아득한 소리
소리는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다
두리번두리번거릴 뿐
멈춰!
소리는 내 안에 있었고
의지가 소리를 누르고 있었다
공명은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아득한 소리는 바깥으로 갈수록 약해지는 것이었으나
나를 울리는 나의 목소리로 다행히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