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싸울 생각이 없는 것들은 처음과 끝이 똑같다 저항없이 반겨주었다 바람이 먼저 달겨들었다 살점이 뜯기는 소리에 천둥 번개가 자리하였다 모시지 않은 구경꾼들이 어둠 주위에 즐비하게 서있다 늘 뜯기는 나는 이제 꿰맬 곳이 없다 내 문제는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느냐다 이번엔 외바람이다 칼처럼 꽂히는 송곳바람이 가장 무섭다 죽음문 가까이 올려다놓고 달음질쳐가는 그 반칙이다 씨려운 살들이 부들부들 떤다 피냄새를 맡고 불을 밝히는 눈들이 늘어난다 아직 날개는 안전하다 적어도 숨구멍은 터주는 것이다 허공에 천둥 번개가 길을 내줬다 구름 아래로 비와 바람이 판을 벌렸다 휘휘 찢어질 듯 감길 듯 서로를 후벼판다 아예 팔짱을 낀 청설모가 상수리나무 위에 걸터 서있다. 산벚나무, 쪽동백 , 몸통만 남은 리기다소나무까지 숨소리를 아끼며 눈을 감았다 떴다 한다 이때다, 내 영혼의 비상 시간.
알섬
2007-08-09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