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놀리는 이 아이.
아빠와 함께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세살 박이 내 아들 선우.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좋은 것은 거절하지 못하고 싫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기도 하는 간단명료한 가치관의 소유자.
그러나 아주 가끔씩 나름대로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5월, 무더운 어느 날 찾아간 청계천문화관.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찬 곳에서 선우는 변화무쌍하고 마음이 급하다.
그 위력적인 호기심의 공간 속에서 쉽게 이리저리 휩쓸리기도 하련만 그 마음을 들킬까 싶어 조심스레 아빠의 동의를 구한다.
녀석의 마음속에서도 자주자주 변덕스러워지는 스스로가 왠지 민망했던 것일까.
그 표정과 몸짓 속에 새로운 구경거리에 대한 주체 못할 유혹에 이끌리는 가벼움과 또한 아빠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는 위압적인 현실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는 사려 깊음이 있다.
기대감과 조심스러움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순간.
그러나 그리 오랜 고민의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은 선우는 주저 없이 말한다.
“아빠! 이리로 오세요.”
그것은 마치 ‘아빠를 믿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나는 수줍게 떨린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
아빠! 이리로 오세요. 아빠를 믿어요. 아빠! 이리로 오세요. 아빠를 믿어요.
아빠와 함께라면 두려워할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상황이 아직도 너무너무 여리기만 한 선우에게 이토록 놀랄만한 침착함과 조심스러움을 갖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