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끔
아침이면 유치원 가기 싫어 원복을 숨겼다는 말에
울어도 엄마한테는 통하지 않는 것을 알고부터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는
애문 살 먹은 다섯 살 소진이
천연덕스럽게 거울 앞에 서서 코를 후빈다
하는 모양새가 외할머니 아니면 제 엄만데
어디서 그런 걸 봤냐 했더니
흐으 하더니 머리를 긁적인다
이모, 소진이 머리 좀 봐요
초등학교 2학년 바로 위 언니가 귀 옆으로 한 움큼 베어진 머리 속을 보여준다
제 엄마 전화 통화때 가위를 들고 하릴 없이 잘라댔다는 데
사람들은 어디서 머리 잘랐냐며 참 예쁘다 하는 통에
울지 않고 다닌다는데
녀석, 코 후비비며 힐끔거리는 것이 뭘 아는 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