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 우울
나는 비 많이 내리는 나라의 왕 같아
부자이지만 무력하고 아직 젊지만 늙어버려
스승들의 굽신거림도 거들떠보지 않고
강아지에도 싫증나고 다른 짐승들에도 싫증이 났다
사냥감도, 매도, 아무것도 그에게 즐거움이 되지 못한다
발코니 앞에서 죽어가는 자기 백성마저도
총애받던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노랫가락도
이 견디기 어려운 병자의 이맛살을 펴지 못한다
나리꽃으로 수놓은 그의 침상은 무덤으로 바뀌고
왕이라면 아무나 반해버리는 치장 담당 시녀들이
제 아무리 음란한 치장술을 만들어내도
이 젊은 해골로부터 미소를 끌어내지 못한다
그에게 금을 만들어주는 학자마저도
그의 몸에서 썩은 독소를 뽑아내지 못한다
권력자들이 말년에 갈망하는
로마인들이 전해준 피의 목욕도
그 속에 피 대신 푸른 망각의 강이 흐르는
이 마비된 송장을 데울 수 없다
보들레르 - 우울.
..
이겨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