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에서-9
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는 해의 힘 없는 햇빛 한 가닥에도
날카로운 풀잎이 땅에 처지는 것을
그 살에 묻히는 소리없는 괴로움을
제 잎술로 핧아 주는 가녀린 풀잎
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토록 오래 피해 다녔던 치욕이 뻑뻑한,
뻑뻑한 사랑이었음을
소리없이 돌아온 부끄러운 이들의 손을 잡고
맞대인 이마에서 이는 따스한 불,
오래 고통 받는 이여
네 가슴의 얼마간을
나는 덮힐 수 있으리라
(이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