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이화리(인천)
눈물 한 방울
내가 돌아다 보는 곳에
어찌하여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겠느냐.
돌아다 보면
모든 가까운 것들이 멀리 있고
白雲臺나 五峰이
이 세상을 벗어 난다.
벌레 한 마리도 위로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지금 나에게 산 뿐이 아니라
죽어가면서 끝까지 보일 내 아내조차도
이 세상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바람소리가 따라간다.
소루쟁이 풀 한 포기도 위로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바다까지는 죽어서 가야하고
개울물은 졸졸 흘러가서 바다에 닿아 있다.
개울물 한 구비도 위로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가 돌아다 보는 곳에
어찌하여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느냐.
이 세상은 돌아다 볼 때
가장 쓸쓸하여서
나는 이 세상을 떠나기 싫다.
죽어가면서
내 아내에게 맡기는 이 세상에서
바람이 자고 아내의 눈에 눈물 한 방울......
아내여 내가 돌아다 보는 곳에
모든 눈물겨운 것들이 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서
그대인줄 아는 세상이라면
어찌하여 내가 그대와 더불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느냐.
(고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