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에서 - 7
망초꽃
郡 이름은 잊었지만
無量面 淨土里
그런 곳이 없다면
누가 시외버스에 실려 몸을 뒤척이며
암모니아 냄새 자욱한 홍어회처럼 달려 가겠는가
타버린 산이 삭고
산 속에 새겨논 마애불도 삭아버리고
이따금 돌조각이 저절로 굴러내리는
절벽 앞을 걷다가
흰 빨래로 걸려 있는 구름 앞에서
그 흔한 망초꽃 속의 어느 눈썹 섭섭한 망초 하나와 만나
인사를 주고 받겠는가
"듣고 보니 우린 꿈이 같군,"
"끝이 환했어,"
같은 꿈을 같이 꾼 자들이
같은 창살 속에 서서 같이 흔들리는 그런 곳,
無量面 淨土里가 없다면.
(황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