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아라
중학교 때 너무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간질이란 병을 앓았던 친구입니다..
전학을 간지 얼마 안되어 점심시간에 놀다가..
눈을 뒤집고 하얀 거품을 입으로 흘리며 쓰러진 그 아이를 본 후...
"우리 친구할래?"라고... 제가 말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나보다 덩치가 좋았던 그 아이의 가방모찌가 되었습니다..
졸병처럼 가방까지 들고 따라 다니다가 그아이를 집으로 돌려 보낸 후에,
우리 집엘 갔었지요.
평소에는 나와 다를 바 없이 잘 뛰고 잘 놀던.. 그아이..
부모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높다란 담장을 두르고 잘 먹고 잘 사는 집인데도...
중학교만 졸업한 진희를... 인쇄공장으로 보냈습니다..
진희가 고속버스를 타고 떠나던 그 밤에...
진희의 할아버지 집 담벼락에... 싸인펜으로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 그 밤 내내 울었습니다....
-지금도.. 매직펜으로 써놓지 못한 것이 너무 분하고 후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