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침범하다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습관적으로 아니 약을 올려보겠다는 생각으로 침범의 욕구를 느낍니다. 지난 밤 폭염을 누르고 폭우가 몰려왔을 때 굉음과 함께 산이 씰려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위들이 많아 나무들이 열세인 이 곳에 산 곳곳에 숨어있던 물살들이 새벽을 타고 내려와 아침에 이를 때까지 쉼없이 거침없이 흘려내렸지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을 닮아 정해진 곳으로 빠른 물살이 흘러갑니다 괜시리 건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물에도 베이는 법 차갑게 손톱을 찌르는 물살 꽃잎 한 장 하얗게 떠내려오다 휑하니 내려가버립니다. 순간 계곡물에 침입한 보잘것 없는 내 욕심이 부끄러워집니다 나보다 몇 배나 높고넓은 산 속을 허락없이 드나드는 나를 아무 말없이 나무로 가려주고 흙길에 맨발로 걸을 수 있게 하고 킁킁대며 숲의 향기를 다 빨아먹도록 아무 말없이 품어준 그 자연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조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마른 계곡에 물도 채워주고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를 마련해주는 자연, 이제는 사람 곁에서도 아무렇잖은 까치 한 마리 종종종 걷다가 제 식구가 부르는 소리에 긴 대답을 하며 날아가는 것을 보고 왜 저리 시끄럽냐며 불평하는 내 한심한 귀를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더는 자연에서 이탈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