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늦은 저녁, 미로처럼 얽힌 가트의 막다른 길목에서
다리 하나가 없는 그를 만났다, 박시시(구걸)이라도 하는가 싶어
처음엔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그는 나에게 손을 벌리거나
굳이 말을 걸지 않고 오직 깊이 노려볼 뿐이었다.
왜 여기 앉아 있느냐고 어색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건 것은 나였다.
그는 표정을 풀고 바지 속에 숨긴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무와 새의 깃털로 만든 발(足) 이었다.
한참 쳐다보다가 나는
뜬금없이 왜 집에 가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네가 길을 막고 있잖아'
나에겐 닫혀있고
그에게 열린 길이었다,
돌아서는 나에게
그는 얼마 전까지 자신이 군인이었다고 외쳤다.
varanasi main ghat - India
바라나시 9일째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