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혹은 기다 혹은 날다
겨드랑이가 가렵다는 생각도 없이
파다닥 서툰 날개짓이 시작되었다
높다는 것도 각도를 달리하면
길다 또는 넓다가 될 것이다
바닥을 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끔 낮은 비행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가끔 땅이 하늘인 지 하늘이 땅인 지
분별이 어려울 때는
나는 날고 있는 것인가 기고 있는 것인가 걷고 있는 것인가
나는 분명 걷고 있음에도 나더러 날지도 못한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기어가는 것과 걷는 것과 날고 있는 것은 모두 걷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은 무한한 걷기다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나 죽음에서도 걷기는 멈추지 않지 않는가
정처없이 걷고 또 걷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