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V 내가 기억하는 한도내에서 마징가 V와 티라노 공룡은 언제나 어린이 대공원 언덕에 우뚝 서 있었다. 마징가 V의 엉덩이와 티라노 공룡의 꼬리는 미끄럼틀로 만들어져 있었고 불과 대여섯살밖에 안된 내 느낌으로도 무척이나 위압적이고 무서워서 잘 올라가지도 않으려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친구들이랑 마징가 V랑 티라노 공룡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는 치기어린 내기를 하는게 고작이였다. 자주는 아니였지만 중학교때나 고등학교때 이따금씩 공원을 갈 때마다 마징가 V와 티라노 공룡은 그때 그 자리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었고 어릴때 그토록 두렵고 무서웠던 그들은 점차 우습고 허점투성이의 존재로 나에게 인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수년이 흘러 나는 더이상 공원을 가서도 마징가 V와 티라노 공룡을 찾지 않았다. 더이상 미끄럼틀을 탈 나이도 아니거니와 힘들여 계단을 올라가 고작 언덕배기에 서있는 시멘트 덩어리를 보고 돌아올 정도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전 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무수하게 있는 작동 완구를 태워주고 나니 한번쯤 마징가 V와 티라노 공룡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 눈에 그들은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티라노 공룡은 없었다. 그 튼튼한 초록색 시멘트 다리와 빛나는 미끄럼틀 꼬리를 가지고 있던 포악한 티라노 공룡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거기에는 반원형의 멋진 어린이 식물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그 초록빛의 빛나는 하얀 이빨을 가지고 있던 티라노 공룡의 흔적을 찾을수 없었다. 다만 마징가 V만이 아직도 그 멋진 포즈를 자랑하며 서있을 따름이였다. 이십오년이 넘는 긴 시간을... 그렇게 지치고 쓸쓸한 모습으로... @ 부산 어린이 대공원 BGM : Pooding - Requiem
니나노난나
2003-11-0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