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silence!
잠잠하라.
그들은 이미 듣지 못할지니.
-용호농장 아파트 건설현장-
지겹도록 사람들이 찾아드는,
흔히 말하는 '포인트'
한 무리의 사람들은 유명한 날개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아랫쪽 가구공장 2층 창문엔 늘씬한 모델이 걸터 앉아있다.
어둠속에서 플레쉬가 펑펑 빛난다.
부러운건지 보기 싫은건지 배가 뒤틀린다.
볼때마다 높아져만 가는 탑들에 또 다시 배가 뒤틀린다.
무너져 가는 슬레트 지붕과, 능선을 갉아먹은 저 비싼 아파트나
흉물스럽기는 마찬가지일텐데.
사라져간다. 아쉽다. 난개발이다.
뭐라고 뭐라고 말해봐야
아파트가 완공되고 나면
야경 명소로 유명해지겠지
언덕을 오르던 중
바닷바람에 건조해진 콘텍트 렌즈가 속눈썹에 달라 붙었다
생수로 씼어내고 다시 끼우려는데
돌풍이 불어와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콘텍트 렌즈 한 짝에 이만 오천원. 꽤 비싼 출사비다.
덕분에 뷰파인더를 보아도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마운트 해온 MF렌즈 대신 AF광각줌렌즈를 꺼낸다.
촛점거리를 12mm 로 놓고 뷰파인더를 본다. 어지럽다.
가로로 한 장 찍는다. 세로로 또 한 장 찍는다.
찡그린 눈으로 한참을 바람 속에 서 있다가
멀쩡한 눈으로도 제데로 못찍는 사진인데 - 라는 생각에
그냥 돌아가기로 한다.
F80D / sigma 12-24 / Portra 160VC
[BGM]
Tori Amos - Digital 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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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rothy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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