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토 서 시
우리 어디서부터 잊혀진 그리움이여
사람 사는 일 자꾸만 부질없다 싶어질 때
믿음처럼 순정한 들판에 나서면
이다지 헛헛한 마음 무던히도 채근해대는
저다지 넉넉한 가슴 벼꽃 피우는 들녘이여
사랑이어라 저다지 싱싱한
사람 같은 이 살고질 삶의 지평이어라
뭇잡놈 잡년들의 활갯질 세월
눈 비 바람 갖은 풍상 가슴에 죄 쓸어안고
일하는 우리 농부 씨 뿌리면 씨 뿌린대로
일하는 우리 농부 꽃 심으면 꽃 심은대로
화들짝 화들짝 꽃 피워주고
흐벅한 열매 한아름 주는
흙가슴 너른 가슴 그대 청정한 들가슴
우리 어디서부터 되살아오르는 목메임이여
고초당초 인생살이 마냥 서럽다 싶을 때
희망처럼 푸르른 들판에 나서면
이다지 타오르는 가슴 더욱 드없이 부추기는
저다지 향그런 마음 보라씨 틔우는 들녘이여
- 고재종 시인의 『농토서시』中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