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지겨워 ~_~
지난 겨울 늘 출근 때에 마주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장에 가서 파실 몇가지를 챙기시고 읍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늘 일찍 나오시는 주변이 깜깜하여 어물어물 움직이는 할머니는 추위와 바람에 못 견디셔서 주변의 잔나무가지와 쓰레기를 모아서 모닥불을 피우시고 잠시나마 언 몸을 녹이고자 하셨다.
눈 여겨 보면서 저걸 찍어야 하는데 하면서 동료들의 눈치와 묘수를 찾아볼려고 했는데...그만 겨울이 가버렸다.
늘 머리 속에 꼭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면서도....그 장면 하나하나가 눈 앞에 어른 거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치는 이 곳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모판 작업 중인 어르신 들이 눈에 띠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는데
낯 익은 할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늘 추위에 버스를 기다리시던 할머니였다.
동네 어르신들은 할머니가 하시는 대로 묵묵히 따르시면서 일을 하고 계셨다.
그 할머니 옆에 붙어서 노래도 부르기도 하고 아양도 떨고 하품하는 조그만 계집아이가 눈에 들어 왔다.
순간적으로 할머니가 매일매일 장에 가시는 일은 이 어린 손녀딸 때문 일거라는 생각이 지나쳤다.
손녀딸도 피붙이이기에 여김없이 내리사랑을 하기에는 돈이 필요하셨던 것 같았다.
집에 가자고 하품하며 아양떠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시면서도 할머니의 손길은 바삐 움직였다.
내가 보기엔 일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니라 모판 하나 하나에 기도를 하고 계신 것 같이 느껴졌다.
올해도 병 피해없이 대풍이 나게 하소서.....
그래서 인지 몰라도 복운리의 길을 지나치면서 벼가 푸릇푸릇 자라면 ....
할머니의 축복기도가 귀 가까이 들리는 듯 하다 .
이런 귀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나는 진정 행복한 찍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