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동물원에 가고싶어."
"그냥 평범한 곳이어선 안되고, 사자, 기린, 코끼리, 호랑이, 등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한 우리에 있어도 싸우거나 시기하지 않고
서로를 신경써주는 풍경이 있는 동물원에 가고싶어."
5월, 한가로운 일요일 3시, 거실에 누워있던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듯
상체를 세우고 선언적으로 말했다.
"그런곳은 없어, 너도 알자나."
그는 그녀 말에 실소하고, 내리던 원두를 머그잔에 따르면서 대답했다.
"없다고 단정지을순 없는거 아냐? 어딘가 있을수도 있는거라고 생각은 드는데?"
한층 상체가 꼿꼿해 지면서 말을 이어간다.
"없어, 만약 있다면 그곳에 있는 사자는 이미 사자가 아니고, 그곳에 있는 다른 동물들도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린 상태일꺼야"
그는 잔에 설탕시럽과 크림을 넣으면서 말한다
"음.....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거기있는 동물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미 아니란 얘기야?"
"응 그럴거라고 생각돼.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얻는다는건, 가지는 순간에는 모를수 있지만,
가진후에는 처음에 생각하던, 처음에 떠올렸던 그 모습은 이미 잃어버린 상태인거 같아서..."
"어떻게 그걸 알지?"
"잘은 몰라, 확실하지도 않고, 하지만, 그럴거라는 확신이 들어... 몇번 그런경험을 한거 같기도 하고..."
"그런경험?"
고개를 옆으로 살짝 치켜들고 이마가 당겨지면서 반문한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