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먹이 주기 교본
새우깡 몇 알 얻어먹자고 죽자사자 퍼덕이는 내 날개짓을
당신은 그저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외다.
하기사 나도 애초부터, 흘러간 뽕짝 소리 낭자한 싸구려 유람선의 뒤나 따르며
과자 부스러기를 얻어 먹는 비루한 삶을 꿈꾸지는 않았으니.
높고 험준한 안데스의 절벽에 둥지를 짓고 사는 콘도르마냥
청천의 하늘에 높이 올라 장려한 비행을 꿈꾸었던 젊은 날이 내게도 있었더이다.
허나 나의 날개는 콘도르의 것마냥 크고 억세지 못했고
부리 또한 사냥으로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연약함을 진즉에 알고 있었기에.
먹이를 위한 생활의 날갯짓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나의 현재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비애스럽거나 구차스럽지만은 않더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 바삭하고 맛난 새우깡을 한 주먹씩 흩뿌려 바다에 빠뜨리는
꼴사납기 그지없는 저런 꼬맹이 사내 녀석과 마주할 때면 사는 게 정말 욕스럽게 느껴집디다.
진정 먹이를 주는 데도 예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인간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거 아니오?
하여 세상의 모든 먹이 주는 인간들을 위한 <올바른 먹이 주기 교본> 출판을 진심으로 건의하는 바이니
출판 제위들께서는 숙고하여 주시기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