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전 실전을 기다리는 시간은 원래 길다 춤판에 나가기 전에 꼭 해두는 일이 있다, 뭉툭한 엄지발가락이 참 못 생겼다는 확인 춤을 추기 전부터 사람들은 춤을 위해 태어난 발이라며 못 생긴 발가락마다 침을 발라주었다 댕댕대애앵 춤을 시작하라는 신호다 심호흡이 필요하다 긴장으로 허리를 두르고 머리엔 온통 아름다운 꽃밭 아니면 천국을 펼치기로 한다 머엉하니 꿈처럼 몽롱해지는 몸이 꽃잎 떨어지듯 사뿐사뿐 내딛는 허공 거기에도 춤이 살고 있었다 무릎이 닳아지며 스멀스멀 기어만 갈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춤은 훨훨 날아가는 것을 좋아할거다 물론 제자리에서 뛰거나 돌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잡아당기거나 업어주거나 돌려주거나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한다 춤은 이런 모든 것을 버린다 오직 날아오르는 일에 몰입한다 못 생긴 엄지발가락이 없어지도록 훨훨 차고 오른다 사람들 소리가 희미하다 박수 갈채도 멀어진다 춤 한 판이 시작도 없이 끝나버렸다 모두들 하늘을 보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누구의 춤이었나.
알섬
2007-06-09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