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도 2 _ 기분 좋은 날
섬마을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심한 관절변형이 오셔서 몸이 굳어 누워지내십니다.
할아버지 혼자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시고 손수 밥을 지어 먹이십니다.
간혹 그 댁에 들를때면 어서 빨리 할머니께서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푸념을 서슴없이 늘어놓으시는 할아버지.
너무 매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바도 아닙니다.
지난 여름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함께 그 댁을 다시 찾았습니다.
대소변에 찌든 이부자리와 할머니의 옷들을 세탁해드리고 물수건으로 할머니 몸을 구석구석 닦아드렸습니다.
발톱도 깎아드리고 집안 청소도 하였습니다.
봉사활동 동안 잠시 눈에 보이지 않으시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양손에 붕어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봉사해주는 학생들이 고마워 손수 점심을 차려주시겠다고 저수지에 나가 낚시를 해오셨던 것입니다.
그날 할아버지께서 끓여주신 붕어매운탕을 먹으며 오랜만에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그리고 학생들 모두의 입가에 웃음이 넘쳤습니다.
정말 모두에게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