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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4일.
어버이날을 위해 고향에 다니러 갔다가 점심녘에 돌아와 함께 인사동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향토'라는 곳에서 꿉꿉한 식사를 하고, 조용해 보이는 찻집에 들어 앉아 차를 마시는데
아무렇지 않게 별 이유없는 비가 내려 버렸다.
한창 서로 좋은 기분일 때라 비마져도 반가워 구경을 하는데, 처마에서 벗어난 신발을
미쳐 치우지 못하고, 양말을 젖게 한 적이 있었다.
그 날은 마침 매번 잊고 못하던 양말을 구입해 귀가했었다.
이토록 일상적인 기억이 너무나도 상세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나도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하나 분명한 것이 자의로써 기억을 지운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오만이라는 것.
나조차도 일년여를 잊고 지나오던 기억을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자극해 알게 한 것인지
새벽 바람이 선해 나를 자극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을 노릇이다.
어차피 내가 어려 조절하지 못하는 것을 왜 그리 집착하고 발악하고 되짚으려 애썼는지..
그래 그냥 두자..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될 차례다.
나라도 나를 괄시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