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차를 타고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멀리 아스팔트 위로 힘겹게 쟁기를 메고 오시는 어르신의 모습 그리고 뒤를 따르는 소. 아마 인근의 밭을 갈기 위하여 점심을 막 드시고 나서는 길인것 같습니다. 내리막길이라 차를 세우기 어정쩡하여 잠시 멈칫멈칫 하는데 맞은편에서 승용차 한대가 멈춰 섭니다. 중년의 아저씨 손에는 작은 카메라가 한대 쥐어져 있는데 폼으로 봐서는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곤 어르신의 뒤를 따릅니다. 이백여미터를 함께 걸었을까, 도로를 가로질러 아스팔트 옆 작은 소로로 접어듭니다. 어이쿠! 기다리던 순간입니다. 이 때를 놓치면 안되지요. 후다닥 앞질러 뛰어 가서는 대여섯 컷을 담습니다. 쟁기를 내려 놓기가 무섭게 어르신은 소를 잡아 끄는데, 불청객의 출현에 진즉부터 긴장이 되었던 소는 오늘따라 말을 듣지 않습니다. 평소였으면 한번에 끝났을 것을 어르신의 계속되는 호령과 추임에도 짐짓 모른척 딴청을 피웁니다. 그렇치 않아도 무더위에 쟁기를 메고 오시느라 꽤나 힘이 드셨을 어르신의 모습을 더 이상은 보기가 죄송스럽습니다. 다음에 또 뵐 기회가 생기겠지요.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차로 돌아 오는데 소의 '땡깡'에 계속 웃음이 나는군요. 아마 제가 소의 웃음을 본 것 도 같습니다.
강원하늘
2007-05-27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