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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함께 정동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출발 전까지 내내 무엇을 할지 설레며
아침은 무엇을 먹을지, 점심엔 무엇을 먹을지,
해가 뜰땐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얼마나 쉬다가 되돌아 올까 하는지.
수 시간을 기차에서 신나 떠든 적이 있었다.
덕분에 잠을 못자 해만 보고 숙소로 가게 되었고,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 없는체
하루 종일 잠만 자다 사진이나 몇 시간 찍고
되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렇게 나도, 아니 우리도
계획이야 어찌됐건 옆을 보고 안도하고
머리만 맞대고 하루 종일을 보내도
아깝지도, 허무하지도 않은 적이 있었다.
그저, 별 생각없이
행복하려고만 했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 그 시간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되돌아 본 적이 있었을까.
흔히 말하듯 '좋을 때' 였을 뿐이었을까.
지금은 생각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