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는 아버지
연분홍 보자기에
양껏 싸고 또 싸도 모자라
한 쪽 손 심심하다며
담을 것 뭐 없나 싸고 또 싸도
돌아보면 다 가져다 줄 것만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
덜컹거리는 읍내버스 달리고 달려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자울자울 유리창 너머 봄도 없이
서울 가는 버스 타려 터미널에 와
칠천원이 어디냐 아끼려다
바로 떠나는 우등을 두 대나 보내고
네 시간 지나면 만나볼 자식과 손주들 생각에
바짝 마른 침을 삼키며
물 한 잔도 없이
앉아 기다리지도 못하고
삼십분 넘게 남은 시간을 두리번두리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