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요즘 그의 넥타이가 자꾸만 비뚤어졌습니다
그의 일용할 양식인 넥타이
그의 달콤한 잠인 넥타이
그의 소박한 꿈이 무늬진 넥타이
집을 나설땐 분명 거울 앞에 서서 똑바로 매었는데
왠 종일 옆으로 고개를 돌리다보니 자꾸만 넥타이가 비뚤어집니다.
"에잇,도저히 똑바로 보이지 않는 세상 넥타이는 매어서 무얼해!"
그후 그의 출근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무도 몰래 그는 조금씩 쫓겨나고 있었지만요
그러던 어느날
마지막으로 검은 넥타이를 매고
어느 샐러리맨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날 이후 한번도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았습니다.
<윤정숙 시인의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80mm TS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