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바람이 불고 있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화폭 가득 세차게 부는 바람. 어린 대나무는 그 바람에 밀려 줄기가 활처럼 휜다. 매몰차게 부딪히는 바람은 댓이파리들을 일제히 파르르 떨게 한다. 이파리는 곧 끊어질 듯 끝이 파닥이며 뒤집힌다. 화폭 한중간 유난히 길고 가는 잔가지 하나, 이제라도 곧 찢겨나갈 듯 위태롭다. 하지만 저 기세를 보라. 쭉쭉 뻗어 올라간 줄기는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먹색은 흐려지지만 기백은 더욱 장하다. 잎은 위로 갈수록 더 짙고 무성하며, 낭창낭창한 잔가지는 탄력 속에 숨은 생명의 의욕으로 넘실댄다. 첫 눈에 가득했던 것은 거친 바람이었지만 끝까지 남는 것은 끈질긴 대나무의 정신이다.
LuVine
2003-10-31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