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의상 뼈와 살이 만나 옷이 되는 시간. 지나치게 긴 목에 결코 떨어져나가거나 끌려나갈 일이 없을 만큼의 고고함으로 분장실 한 구석에 대기중이다. 나는 얼마를 살다 가는 것일까. 그때의 기습, 달려들어 목을 비틀고 가슴을 치더니 아예 자근자근 찍찍 찍어대며,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너는 사막에 표류할거야, 그 곳에서 존재를 심판 받게 되지. 그러려면 신성성은 사막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가 미리 너에게 혹독한 그리움과 갈망을 조각내서 분산시키는 법을 가르치는거야. 우선 뇌는 선인장 가시와 가시 사이에 걸쳐둬. 그리고 바람이 부는 쪽을 귀신처럼 알아낸 다음 그 곳을 향해 무조건 가 걸어서든 뛰어서든 날아서든 그때도 뇌는 필요치 않아. 그러다보면 지금보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할 만큼의 얼룩과 찢겨짐이 깔깔대겠지. 그래도 그걸 알아야해. 그 다음에 오는 수고로움에 대한 값진 선물 말이야. 갈채, 맞아 갈채. 선인장 가시가 뇌를 들고 사시나무 떨듯 찔러주는 그 갈채 말이야. 갈채만 있었던거야. 적어도 생명의 시간엔.
알섬
2007-04-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