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 #01
고 2... 설악산 수학여행...
누가 찍어주었던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보니... 참으로 고마와라... 소중한 한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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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바람 황사에는, 광기(狂氣)를 재촉하는 미세성분물질이 섞여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알수없는 독성물질의 강력한 작용으로, 저는 간단히 미쳐버린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진 것 없이 그저 힘겹고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옛날이 문득 사무치도록 그리워졌기때문이지요.
그리하여 아무런 준비도 없이 걸친 행색 그대로 선뜻 출발해버린... 초라하고 한심스런... 제리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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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매우 특이했던 윤리강사(천주교 수사)가 출제한 정기고사 서술식 문제 중 하나...
당시 일간신문의 사회면에 실렸던 기사 두 가지를 시험지에 복사해 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읽게 한 뒤... 자기 생각 써보기...
그 기사 중에 내가 선택하여 마구잡이 엉터리글을 맘내키는대로 끄적여 봤던 B유형문제 기사의 자세한 내막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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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두메산골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
즐거운 학교 수업 끝내고 집에 왔더니, 사소한 일에도 손찌검이 잦은 아버지가
아이더러... 초등 6학년 형과 함께... 땔감 나무를 베어오라 엄명을 내렸다.
지게와 땔감채집 도구를 챙겨 형과 함께 산중턱 숲그늘에 당도하자, 아이가 말했다.
"형아~!! 우리 담임선생님이 나무 베지 말라고 그랬다. 나무 베는 사람은 아주 나쁜 사람이라며..."
아이는... 학교에서 매일매일... 예쁜 여선생님으로부터
'나무를 베면 절대 안 돼요. 산이 헐벗으면 나라 망해요...' 귀가 닳도록 들어 왔다.
형은 철부지 동생이 답답하여, 짜증섞인 목소리로... 무심코 퉁을 놓았다.
"나무 안해가면 아부지한테 맞아죽어...!!! 잔소리말고 서둘러 잔가지나 잘라 모아놔..."
그렇게 말하고 형은... 중키의 나무들이 모여 자라고있는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제 팔뚝 굵이의 제법 실한 나뭇가지들을 한참 잘라 모은 뒤, 아이 있던 자리로 돌아와 보니...
아이는...
적당히 높은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아... 자기 목숨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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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일종의 극한상황이었겠지요. 극한상황은...
다들 잘 아시다시피 '오도가도못하는 절박함'...이지요.
모종의 막강한 힘이... 생각이나 행동의 신속한 선택을 강요하지만
현재 지니고 있는 이성으로는... 도무지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을 경우
사람은 의외로 아주 쉽게... 자신의 이성을 포기해 버리고 맙니다.
현실적으로는 상황이 전혀 해결될 수 없으므로, 결국
상황을 고뇌하는 주체(자기자신)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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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당시에 좋은 답안을 작성한답시고, 뭐라 끄적였는지 전혀 기억은 안 나지만,
왜 그 자살 기사를 택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당시 저의 하루하루가 바로 저 아이가 당면한 극한상황과 거의 흡사했으니까요.
하긴, 단지 그 때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제법 긴 세월 지속되었던 상황이었지요.
그렇게 어려서부터 어른까지의 기나긴 세월동안 불가피한 극한상황을 자주 접하다보니,
허참... 참으로 웃기면서도 슬픈... 삶의 철학이 몸에 절로 배게 되더군요.
남들로서는 지극히 평범하기만 한 거의 모든 일상적 상황에서도, 저는 늘...
어떻게든, 괜한 긁어부스럼... 극한상황으로 끌고가는, 미친듯한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런 나 자신에 대하여, 세상 누구보다 내 스스로 가장 답답하긴 하지만, 달리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참으로 한심한... 그러나 남들은 알아채지못하는, 슬픈... 인생을 살고 있는 셈입지요...
재미 하나도 없이 암울... 장황... 횡설수설... 하기만 한 글을,
끝까지 인내하며 너그러이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 친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