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복사꽃 피는 날 유치환 한풍은 가마귀ㄴ양 고목(古木)에 걸려 남어 있고 조망(眺望)은 흐리어 음우(陰雨)를 안은 조춘(早春)의 날 내 호젖한 폐원(廢園)에 와서 가느다란 복숭아 마른 가지에 새빨갛게 봉오리 틀어 오름을 보았나니 오오 이 어찌 지극한 감상(感傷)이리오 춘정(春情)은 이미 황막한 풍경에 저류(低流)하야 이 가느다란 생명의 가지는 뉘 몰래 몬저 열 여듧 아가씨의 풋마음 같은 새빨간 순정의 봉오리를 아프게도 틀거니 오오 나의 우울은 고루(固陋)하야 두더쥐 어찌 이 표묘(漂渺)한 계절을 등지고서 호을로 애꿎이 가시길을 가려는고 오오 복사꽃 피는 날 왼종일을 암(癌)같이 결리는 나의 심사(心思)여
曺 端
2007-04-16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