胎
소멸과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는 Tanatos 라는 단어로 이름 붙여봤던 사진 들 중의 하나입니다 .
지난해 겨울,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내린 철암은 안개가 자욱했죠
새벽거리를 어슬렁 거리다 아침을 먹고 근처 돌밭에 갔을 때는
눈발이 흩내리기 시작했죠 .
돌구덩이 틈 사이로 있는 흙두덩에 의지하여 자랐던 배추는 수확을 마치고
밑동과 몇 개의 잎들로 초라하게 드러나 마지막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태백의 탄광지역 또한 조국 개발시대의 이름 하에 힘차게 돌렸던
심장소리는 이젠 적막감으로 긴 침묵 상태로 가고 있고
남겨진 아픔의 낮은 신음 소리만 안개 낀 새벽 철암거리를 타고 스며 나오고 있었죠.
그렇게
지나가고 있지만 모든 소멸하는 것은
생명의 잉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
철암 또한 그러할 것이고
돌밭에 남겨진 배추 밑동 또한 그러합니다 .
며칠 전 본 사타님의 할머니 사진을 접하면서
떠올랐던 단어가 ' 胎 ' 입니다 .
제가 생각했던 외부에서 찾았던 Tanatos 를
사타님의 할머님 사진 속에서 보았고 , 개인적으로 胎 라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
여성의 몸이 소멸 속에서 가졌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胎 라는
단어로 붙여봅니다 .
胎 를 붙이면서 내 속의 단어로 익히려 해봅니다 .
잊고 있는 소중한 것에 대하여 반추할 수 있는 귀한 사진이었습니다.
胎 를 붙여보지만 胎 로써 여성의 몸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 시대는 점점 잊어가고 있습니다 .
자본의 흉포함에 내몰려져 있는 기호로써의 소비되는 여성의 몸은
때론 반대로 근본적으로 가졌던 胎로써의 여성의 몸을 비하하고
폐기 처분하려고 합니다 .
그러기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Tanatos 와 胎 는 결코 소멸과 죽음의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
그것을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속에서 촛불이 살아나듯
스멀거리고 나오는 에로스적 생명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깊은 침잠과 같은 것이겠지요 .
사타님의 할머니 사진 속에서 胎로서의 부활을 믿고
철암의 돌밭에서 만났던 겨울 배추 밑동에서 Tanatos 로서의 깊은 암연 속에서
스믈거리며 나오는 에로스의 반동을 믿어봅니다 .
- 귀하게 올려주신 사타님 사진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