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와설정. 2. 사고는 순간이었다. 버스는 만원이었다. 손 잡을 곳 하나 없어 이리저리 휘청이고 있었다. 버스 창 밖에 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동그랗게 놀란 눈들과 마주 칠 때마다 내가 있는 버스의 상황이 무서웠다. 내 앞에 있던 아기 엄마는, 아기를 놓치지 않았을까, 잡을 곳 없어 서 있기도 힘든 공간에서 한 없이 흔들리던 쪽 진머리 할머니는 쓰러지지 않았나. 내 눈앞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상태가 궁금하고 걱정되어 감고 있는 눈을 뜨고 싶었음에도 쉽게 떠지지 않았다.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쉴 세없이 눈물이 흘렀다. 애기 엄마, 정신차려요. 아기는 다치지 않았어요 무사해요. 그런데 애기 엄마 머리에서 피가 많이 나요. 정신 잃은 건 아닌지 우선 깨워봐요. 정신차려요, 이봐요. 누가 누구를 부르는지 모르겠다, 수 없는 목소리들이 울부짖고 웃어댔다. 아, 큰 소리로 웃는 건 아이들이구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가만들어보니,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누군가들이었다. 참을 수 없는 소음에 눈을 뜨고싶었으나, 역시 겁이 났다. 내가 보는 것들이 사실이라면,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이 현실이라면. 이 소리들이, 진짜라면 어쩌나 싶었다. 절대로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고개를 흔들며 울었다. 허나, 요의가 느껴져 눈이 떠졌다. 사방은 고요했고, 모두 잠들어 있는지 숨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양 팔에 링겔이 걸려있었고, 일어나려는 순간에 머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새벽 두시. 혼자의 힘으로는 일어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3. 공식적으로 아버지의 여자를 만났어요. 4. 생각해봤어요.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라고 바꿔놓고. 그래놓고 보니, 참을 수가 없던데. 나는 감당이 안되는데, 당신은 어째서 아무렴 좋다고 그러는지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데. 어째서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지요. 마음하나, 잘못으로 나와 당신과 그와 그 주변의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내 마음을 내가 정리하면 현명한 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생각해 보겠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나, 그렇게 길길이 날 뛰었는데. 의정부가 싫은 이유를 나열하면서, 그 속에 ~의 정부들을 끄집어 내면서 지랄했는데. 당신은 나를 믿나, 어째서 나를 믿나. 나를 의심하고 못 살게 굴어봐. 제발 나를 믿지 말고, 버려 차라리. 버린다고 버려질 사람, 아냐. 정리와설정_4. 2 3 4 phonself.2007
진소흔
2007-04-13 12:42